미쓰홍당무를 로맨틱코미디쯤으로 생각하고, 그저 삽질하는 노처녀? 정도로만 여기고 이 영화를 본다면 당신은 100% 이 영화에 실망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홍보사 자체가 컨셉을 마치 로맨틱 코미디쯤으로 여기게끔 잡아가고 있는데다가 사람들은 이미 그 덫에 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고로 너무 많은 기대는 당신을 힘빠지게 할지도 모른다.

툭하면 빨개지는 삽질의 여왕 이쁜 것들...
다 묻어버리고 싶다!
시도 때도 없이 얼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에 걸린 양미숙은 비호감에 툭하면 삽질을 일삼는 고등학교 러시아어 교사. ‘지지난해 회식자리에서도 내 옆에 앉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내 옆에 앉은 걸 보면 서선생님은 나를 좋아하는 게 분명해!”라고 생각하던 그녀 앞에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사랑 받는 모든 여자의 적 이유리 선생이 나타났다. 

같은 러시아어 교사인 이유리 선생. 그러나 러시아어가 인기 없단 이유로 양미숙은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발령 나고, 자신이 짝사랑하는 서선생과 이유리 사이에도 미묘한 기운이 감지되는데... 열심히 해도 미움 받는 양미숙, 대충 해도 사랑 받는 이유리. 미숙은 자신이 영어교사로 발령 난 것도, 서선생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도 모두 그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급기야 질투와 원망에 사로잡힌 양미숙은 서선생과 이유리 사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서선생의 딸 이자 싸가지 없는 전교 왕따 서종희와 모종의 비밀스런 동맹을 맺게 되는데…! 전공 아닌 과목 가르치기, 아프지도 않은 몸 챙기기, 내 것도 아닌 남자 사랑하기. 29년째 삽질 인생을 걸어온 비호감 양미숙. 이제 짝사랑하는 남자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본격적인 삽질이 시작된다!
이 시놉만 보면 양미숙이라는 한 여자가 짝사랑을 유별나게 하고 그 남자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고군분투 스토리처럼 느껴진다. 왠지 어차피 해피엔딩일거잖아, 라고 생각하게 되버리는..게다가 주인공이 짝사랑하는 그 남자는 애딸린 이혼남 내지는 사별남 정도로 생각되지만, 아니다..그 남자에는 멀쩡한 부인이 존재한다. 그것도 너무도 건강하고 매력적이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것이다. 시놉은 그 부인의 존재를 말하지 않으면서 이 영화를 관객으로부터 착각하게 만든다.
약간은 실험적인, 그냥 일반적인 사람이 보기에는 다소 무리할지는 몰라고 영화 그 자체를 평가받아야 마땅한데 시놉과 포스터, 그저 카피만 보면 얘는 그냥 이 안에서 물밀듯이 밀려나오는 그저그런 시시껄렁한 로맨틱코미디로 전락해버린다는 사실이다. 절대, 이 영화는 그런 계가 아니기에 안타까운 것이다. 코미디인 것은 맞지만 여기엔 로맨틱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 각자의 로맨틱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걸 받아들이긴 힘들다.

보러 가기 전엔 나도 그런 류라고 생각하며, 뭐 재미있고 단순하게 하하 웃어주며 감상하면 되는건가 생각하다 생각지도 못한 철퇴를 맞았다고나 할까? 이거 분명 왠지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부분을 묘사하고 있는 게 맞는데, 내 기억으론 연애의 목적이후 이렇게 극중 등장하는 선생님을 이렇게 묘사하기는 참 오랜만인 거 같다. 그런데 전혀 외설적이라던가, 도덕적으로 글러먹은 교사라기보다 그저 그냥 사람사는 거 어차피 다 비슷하구나 싶다.
짝사랑에 고군분투하는 양미숙, 그녀만의 사랑쟁취법
더 이상 이렇게 진상일 수 없는거다. 얼핏 안면홍조증이 그녀의 가장 큰 문제이며 그로인해 그녀가 그렇게 됐다라고 하기엔 설명이 부족하다. 홍조증이 문제가 아니라 무한울트라 착각병인 그녀에겐 어쩌면 당연한 병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고3담임이던 서선생이 수학여행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그녀는 서선생에 대한 무한 애정이 생겼다. 그 후 같은 학교 러시아어 담당 선생이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결정타라고 생각하는 어떤 한 2년전 사건에 의해 그를 더욱 짝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막무가내 착각은 그녀를 더욱 늪으로 몰아가는데, 그가 보내주는 문자 한 마디 한마디 뼈에 새길듯 보고 또 보고 그는 분명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속에서 허우적 거릴 때, 생각지도 못한 아니 생각은 했지만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던 최강의 연적 이유리를 만나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를 서선생으로부터 떼놓고 복수하기 위해 방법을 물색하던 중에 자신의 짝사랑상대인 서선생의 딸 서종희를 만난다. 학생왕따와, 선생왕따의 절묘한 조합이 시작되고 김치스에서 그저 귀엽고 달콩한 외모로 기억하는 서우가 여기서 중학생 돌아이 딸로 나온다. 양미숙은 서선생에게서 연적인 이유리를 떼어놓기 위해, 종희는 자기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기 위해선 이유를 떼어놓아야 한다는 각각 다른 목적이지만 같은 결과를 얻어야 하는 이들은 둘이 연합을 하게 되어 온갖 웃기는 짓을 벌이기 시작한다.
영어선생님인데, 영어학원을 다니는 양미숙은..원랜 러시아어 교사였지만 러시아어과목이 인기가 없어서 이유리와 자신중 한명이 영어선생님으로 발령나야 했을 때, 자신이 단지 외모가 딸려, 인기가 없어서 러시아어 교사에서 밀려났다고 생각한다. 시종일관 내가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코트를 입고, 비슷한 선글라스를 끼고 닭발을 먹는 양미숙의 모습은 애처로우면서 웃기다.(물론 난 닭발은 못먹는다..) 그 어느것도 양미숙에게는 거저 얻는 것이 없다. 비호감의 극치를 달리는 양미숙의 캐릭터..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난무한다. 남자는 달랑 한 명이지만 여기 등장하는 여자들에겐 그가 다 특별한 존재인 것이다. 양미숙에게는 짝사랑상대, 이유리에게는 한 때 좋게지내던 엑스보이프렌드지만  미련을 못버리고 있는 남자, 성은교에게는 8살어린 철없는 남편이나 이혼위기에 처해있고, 종희에게는 둘도 없는 아빠이니 이 네명의 여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진상에 쫓길때의 남자의 처절한 본심이 표정에 다 드러난다.

영화를 볼 사람들을 위해서 내용 전체를 말할 수는 없고, 암튼 요약하자면 이보다 더 진상일 수 없는 양미숙의 고군분투 눈물나는 짝사랑, 막장 여중생 종희의 누구든 야설을 할 수 있다라는 것, 아직도 의문으로 남는 서종철과 그의 부인의 병원에서의 사랑과 정사. 정말 미스테리..그리고 또 하나의 4차원 내숭백만단의 이유리..우유부단한 남자의 끝장을 보여주는 서종철 등등으로 요약가능하다. 카마수트라가 그렇게 또 웃기기는 처음이고, 어찌보면 가정파괴범이 될 수도 있는 스토리임에도 전혀 심각하지 않다. 왜냐고..영화를 보면 안다. 양미숙의 진상스토리;

그렇다고 양미숙이 피해자냐? 혹은 패배자냐..그 둘 모두를 교묘하게 피해간다. 이 영화에서는 피해자며 가해자도 혹은 승자며 패배자도 없다고 본다. 다들 똑같이 나눠 갖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 중간에 봉준호감독과 박찬욱 등장을 찾는것도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ㅋㅋㅋ 봉감독은 꽤(?) 비중있다. ㅋㅋㅋ

이 영화를 유쾌하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우습다고 해야할지..아직 감이 안온다. 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홍보를 잘못했기 때문에, 분명 영화관을 나오며 누군가는..'아 이 영화 뭐야?'라고 생각하게 만들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나는 웃었다. 여기에 로맨틱은 없지만 그들 각자의 사랑은 있다.

미쓰 홍당무
감독 이경미 (2008 / 한국)
출연 공효진, 이종혁, 서우, 황우슬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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