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씨와 나 03

from sitcom diary 2008. 9. 21. 13:26
지난 추석연휴에 집에 올라갔었습니다. 저희집이 서울보다 더 북쪽이니 보통 고향에 내려간다고 하지만 위치상으로 올라가는 게 맞습니다. 지도에서 거의 허리부분을 훑어보면 연천군이라는 동네가 나오고 거기서도 전곡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저희 고향이자, 부모님이 사시는 곳입니다. 뭐 저도 20년정도는 살았으니..그래도 나름 읍내에 있던 집에서 사정에 의해 군인아파트를 들어간 이후로 단 한번도 정말 우리집은 역이나, 버스터미널 근처에 살아본 적이 단 한번도 없고, 지금은 뭐 거의 포기상태랄까..;

아빠가 군인이셨는데, 보통 사실 등교할 즈음에 다른 친구들은 아빠가 출근하시는 차를 타고들 많이 학교를 갔습니다. 우리 4남매는 단 한번도 아빠가 타시고 다니는 지프라던가, 암튼 그런 차를 타본 경험이 없습니다. 워낙 대쪽같은 분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사실은 자녀들이 그 차를 타고다니는 게 정상적인 건 아닌게 맞습니다. 암튼 아빠는 그런 걸 무척 싫어하셨어요.

생각해보면 아빠가 나중에 예편하시고 난 후 사회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한 적도 있는데, 혼자 성장기를 보내신 분이라 사실 제가 어릴 땐 엄청..융통성이 없으셨던 기억이 그런데 역시 4남매의 아버지로 북적북적 살다보니 변하시더라구요. 엄청 무서운 분이라 우리는 어릴 때 아빠 다 싫어했어요. 근데 그런 무서운 복자씨는 이상하게 꽃을 엄청 좋아하셔서 늘..마당이 있던 집에서는 꽃이 만발했었습니다.
집앞 풍경

칸나, 장미, 국화 등등;; 화분에 심어있는 꽃 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요.

정말 어울리지 않게 꽃을 좋아하시는 아빠는 어김없이 매해 꽃을 이렇게 옆에 천지를 두고 생활을 하십니다. 뭐이는 앞마당만 찍은거니까;; 사실 이 옆쪽에도 쭉...길에 꽃밭이 있거든요. 장미랑 국화..;; 만발할 때 제가 가본 적이 없어서 사진을 못찍어서 그런데 엄마 말로는 엄청 이쁘다고, 그래서 아빠가 저에게 디카를 사달라고 하시는건가 싶은..ㅋㅋ
앞마당

앞에가 논이라 눈이 시원합니다.

장미

그나마 건진 장미인데 너무 많이핀;

장미

항아리가보이네요;;


암튼 아빠는 무언가 땅에 심은 걸 가꾸는 게 좋으신 거 같아요. 그런 아빠에게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 텃밭이 생겼고 첫 해는 약간 주춤하시더니 이내 적응하셔서 지금은 이걸 텃밭이라고 하기도 참 뭐한 수준인지라..그냥 밭이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빠가 키우는 파

파도 땅에 심어져 있으니 이뻐요.

파가 이뻐요

저 뒤로는 무가 보이네요.


무엇을 하든 본격적으로 하시는 걸 좋아하시는 성격인지라, 몇년 동안 이제 아빠가 텃밭에 가꾸는 배추와 무, 갓 등으로 김장까지 할 정도이니;; 이젠 우리집것만 하는 게 아니라 작은아버지네부터, 그 작은아버지의 사위들?(갑자기 이 사람을 뭐라 불러야 하는지 기억이 안나는..) 그리고 정선에 사시는 고모까지..우리집에서 김장을 가져가서 무려;; 200포기가까이를 합니다.
아빠의 밭

순서대로 무, 배추, 가지, 고추 왼쪽에 살짝 잎만보이는 토란

이거 볼 줄 아시는 분은 아실런지 모르겠어요. 이 채소들이 엄청 가지런하게 심어져 있는 것을 이거 저희 아빠가 심으실 때, 실을 잘라서 열을 맞춰서 심으시기때문에 채소가 들쭉날쭉하지 않고 아주 한 공간에서 줄맞춰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아빠의 성격상 흐트러진 걸 잘 못보시는..크헐; 가끔 튀어나오는 저의 까칠한 성격도 이걸 그대로 닮은거라는 생각이 드는..
엉덩이로이름쓰는아빠ㅡㅡ;

물을주시며 엉덩이로 이름을;;;

물주고있어요..

배추에 물주고 계십니다.


제가 이제 올라간다고 하는데, 물주는 데 여념이 없으십니다. 뭐 거의 저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우리 아빠에게 채소나 식물들은 자식보다 더 중요한;;존재인것입니다. 크;;; 어릴 때 새순올라오는 화초가 꺾인걸로 밤에 자다가 일어나 불려나간 기억이;;; 오우 지쟈쓰...
아빠 밭

엉덩이로만 저랑 대화하시는 울아빠;;

현관 앞이에요;

한창 필때가면 이쁜데 많이 시들어버린;;


전부터 아빠 밭을 한번 찍어서 올려야지 했는데 찍어두고 잊어버리거나, 암튼 그래서 이번에 그나마 사진찍어오고 잊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지난 번 그녀들이 왔을 때도 사진을 한장 찍어둘 걸 그랬어요. 으흐흐 집에가면 파좀 몇개 가져와야지 하는데 매번 잊어버리는..;; 아나 집에 파가 저렇게 많은데 사먹을 생각하니 좀 그르네;; ㅋㅋㅋㅋ


2008/07/14 - [센의사적인이야기] - 복자씨와 나 02
2008/05/22 - [센의사적인이야기] - 복자씨와 나 01

flash mp3 player object
BGM// 복자씨가 좋아하시는 ABBA - Super Trouper 입니다!

'sitcom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0) 2008.09.29
기억의 냄새  (26) 2008.09.27
두번째 요리봉사 다녀왔습니다.  (23) 2008.09.21
하앍;; PTZ-630(6x8)  (43) 2008.09.16
아;; 심심해 심심해..  (46) 2008.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