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씨와 나 01

from sitcom diary 2008. 5. 22. 16:41
이 글은 우리아버지 이야기입니다. 사실 어버이날에 맞춰서 올릴려고 작성중이었는데; 아 계속 늦어지다보니까 얘가 빛을 못볼 거 같아서 시리즈인척 하면서 올립니다. 원 작성날짜는 2007/05/08 19:03분 입니다. 근데 쓰다보니 이래저래 내용이 길어져서..암튼..미완성;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아빠 얘기를 쓸 일이 잘 생기지 않을 것도 같고..또 기억해야할 많은 부분들이 잊혀질 거 같아서요.

음주포스팅; 이 새벽에 이블씨가 주신 칵테일파트너를 한 잔 먹으니 알딸하면서 얼굴이 벌개지는 시추에이션; 원래 오늘 쓰려고 하긴 했는데 자기 전에 쓰고 자야지해서 남깁니다.

며칠 전에 아버지 이름을 밝힌 바가 있는데요. 저희 아빠의 이름은 노복자씨입니다.
아는 분들은 예상할런지 모르지만 저희 아빠는 할아버지가 이미 돌아가신 후 태어난 유복자(子)입니다. 아버지가 태어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고모 한 분과 뱃속에 아빠 그렇게 두고 떠나셨더랍니다. 철없던 저는 어릴때 유복자가 무슨 말인지 모를 때..제가 성이 유씨인줄 알았던 적도 있습니다.

"에비도 없는 자식 이름 지어 뭐해..그냥 복자라고 하고말아"
라고 말한 분..누구신지 참..살면서 이름이란 게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 지 아시는지; 어쨋든 복자(腹子=뱃속의 아이정도의 의미겠네요)라고 하기는 뭐했는지 한문은 바꿔주셨는데 점복(卜)아들자(子) 이렇게 지었습니다. 진짜 솔직히 좀 어이가 없는게..아니 그 흔하디 흔한 복복(福)자도 있구만 점 복은 몬지..진짜 아버지없이 태어난 것도 서러운데 어찌 이리 마음의 상처들을 주셨는지..그래서인지 참 천덕꾸러기처럼 자라신 울아빠의 둘째딸로 제가 태어났습니다. 아들이어야했던..그 기대를 깨고;

어릴 때 제가 좀 잘 울었다고 합니다.그래서 덕분에 아빠한테 많이 맞았습니다. 시끄럽다고; ㅡ.ㅡ; 어릴때부터 가족이라는 개념이 좀 희박하셨던 아빠에게는..가족이라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처음에 적응못하셨던 거 같아요. 물론 제가 어릴 때 기억으로 유추해본 결과 그렇습니다. 매일 사병들이랑 지내셨으니 자식=사병이라는 생각으로 수많은 벌과 각목이 난무하는 어린시절이었습니다 ㅡ.ㅡ; 아들 하나 낳으려고 딸을 내리 셋을 낳고 마지막에 결국 성공하셨는데..아이들이 넷이나 되니 우리아빠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우셨을거라 생각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까지 쓰고 잠든 ㅡ.ㅡ;; (이날 작성중에도 잠시 잠들었다 일어나서 다시 썼던모양)
그리고 이 날은 글이 또 저장안되고 이런 현상이 일어나던 그 날입니다!


아빠에게는 가족이 없었습니다.
아빠의 장난이나 잔소리를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후로는 들어본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잔머리가 꽤 발달해서 그런가 슬슬 잘도 피해간..엎드려뻗쳐, 원산폭격 뭐 이런거 저는 안하게 됐지만 다른 형제들의 기간은 좀 길었던 거 같은..집안의 둘 째들이 은근 약아서 혼날 때와 아닐때를 잘 피해갑니다. 가운데서 눈치보고 자란 습성이 있어서인지 그런 것에 대한 감이 다른 형제들보다 좋은 편입니다.

제가 이제 좀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할 무렵..유복자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아빠가 고모랑 남매시긴 하지만 각각 친척집에 맡겨져서 형제간의 정도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가족들간의 유대감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느껴볼 수 없는 성장기였고 하고 싶으셨던 미술은 그 당시엔 사치였기때문에 직업군인이 되셨습니다. 아들이 하나셨으니 결혼을 해서 안정해야겠다고 생각하셔서 지금의 엄마를 선보고 만나셔서; 일주일만에 사주단지를 보내고 뭐 그렇게 빨리 결혼들을 하셨댑니다. 엄마는 결혼생각 없는데 외할머니가 억지로 맞춰서 보내셨죠. 그래서 엄마는 연애같은 건 한번도 못해보고 그냥 아빠 만나서 결혼하신터라..이 것에 대한 아쉬움이 크신지 절대 저에게 결혼하라는 얘기를 안하시는..단 한번도 못들어본 결혼하라는 말..이유가있다면 있는 것..

형제없이 혼자 자라오신 아빠에게 가족이 생겼어도 그렇게 빨리 가족이구나..내가 건사해야하는구나 하는 개념이 그렇게 빨리 잡히시진 않았을거에요. 결혼을 하긴했지만 혼자 살아온 세월이 그때는 더 길었던 분이니 남보다는 좀 더 이기적이셨던 건 사실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러니 엄마가 힘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인겁니다. 엄마는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자란 셋째딸이고 또 오빠들도 있고..부모님..이렇게 북적이며 사셨으니 아빠의 행동이 아마 조금 이해가 안가셨을 듯 합니다. 게다가 아빠는 무섭기까지 한 사람이라 엄마는 진짜 아빠랑의 신혼이 그리고 우리가 어렸을 때의 그 기간이 좀 싫으셨을 듯..

암튼 그런 특성을 가지고 계신 아빠와 우리들..사이의 이야기의 기록입니다.


이 분은 우리 아빠가 맞나요? 친아버지인가요?
어릴 때 정말 이 생각으로 심히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아빠의 만행이시라면 만행을 얘기해보자면, 아빠가 아끼는 화분의 새싹이 부러졌다는 이유로;(제가 보기엔 그 당시에 집이 낡아서 쥐의 소행인거 같은데) 깍지끼고 엎드려 뻗쳐 두시간에 각목으로 엉덩이 다섯대 ㅡ.ㅡ 저기요; 아버지 저는 사람인데요;; 이거 무슨 아끼는 화분의 새싹만도 못한; 그리고 아빠가 군인이셨던 집은 잘 알지만..지프차! 로 출퇴근 하시면서도 단 한번을 안태워주신 분입니다..우리 아빠가; 다른 친구들은 종종 아빠들이 태워다 주곤하는데 물론 안태워다 주는게 맞는겁니다. 개인차가 아니니까..그래도 한번쯤은..예외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길에서 길거리음식 하나라도 사먹다가 걸리는 날엔(이럴 때 진짜 아빠가 차를 타시고 자주 지나가시는) 친구들 앞에서 진짜 엄청난 망신 ㅡ.ㅡ; 지프에서 고개만 내밀고 아빠가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넌 있다가 집에가면 죽었어! 친구들도 옆에서 벌벌 떨 정도였으니..; 밥먹을 때 골고루 안먹어도 혼나, 짜게 먹어도 혼나, 티비보면 혼나..모든 게 혼남의 연속; 제가 좀 김치를 좋아하는데..다른 반찬보다 김치잘먹으면 다른 집에선 예뻐하지 않나요? 근데 밥먹을 때 아빠가 김치좀 그만먹고 다른 거 먹으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엄마가 저녁에 아는 아줌마네 집으로 외출하셨습니다.

"꺼벙이 이리 오라고 해!"

그렇습니다, 진짜 아이러니하게도 제 별명이 꺼벙이입니다. ㅡ.ㅡ; 저를 아는 분들은 왜 이 별명인지를 이해못하겠다하지만 우리아빠에게 나는 영원한 꺼벙이; 아직도 이렇게 부르시고 이젠 아빠가 제 이름을 부르면 제가 어색해서 못견디는 상태까지 갔습니다. 암튼 아빠의 부르심을 듣고 저는 안방으로 건너갔습니다. 안방에 아랫목에 아빠가 앉아 계시고 아빠 앞에는 김치한포기가 담긴 그릇과 젓가락이...놓여져 있었습니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십니까? 그렇습니다...제가 무릎을 꿇고 앉았더니 아빠가 김치그릇을 들고..젓가락으로 한움큼 집으시더니 입을 벌리라 하십니다. 그렇게 김치가 좋으면 다 먹어버리라면서 ㅡ.ㅡ; 울면서 반포기쯤 먹었을때 엄마가 오셨고 상황은 종료됐지만 방에가서 잠들면서 심각하게 저 분은 우리 아빠가 아닐거라고 고민을 했습니다. 제가 머리가 좀 노란갈색인 편이고 종종 엄마가 니네 아빠는 미국에 있다는 둥; 다리 밑에 가면 있다는 등의 농담을(왜 어른들은 이런 농담을 꼭 하시는걸까요?) 심각하게 받아들이던 어린 나이였기때문에;;;;

밥먹을 때 물 많이 먹는다고, 엄마가 안계신 날...운동부에서 쓰는 그 큰주전자 있죠..거기에 물 한가득해서 언니랑 나랑 대접으로 몇 사발을 들이켰는지..잘려고 누웠는데 몸에서 물소리가; 제가 정말 진짜 벌레를 싫어하는데 경끼 일으킬정도로 정말 너무 싫어하는데 아빠는 그걸 아시면서도 종종 벌레를 잡아서 휴지에 싸서 저에게 주시기도 하셨...;; 제가 어느 정도로 벌레를 싫어하냐면..익충이든 해충이든 충은 무조건 다 싫은데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친구가 저에게 선물이라며 손내밀어 보라고 했는데; 제 손에 그 무시무시한 매미를!! 전 기절했고 실려갔습니다. 지금도 누가 손내밀어 보라...고 하는 거 진짜 안좋아합니다.

암튼 아빠는 집에 돌아오시면 유독 저에게 저런 장난을 많이 하셨고, 엄마 안보는데서 꼬집기도 하시고 세수시켜준다고 하시면서 물뺨을 ㅡ.ㅡ; 그러다가 코피나서 엄마랑 아빠랑 대판 싸우시고 ㅋㅋㅋ 제가 요즘도 집에가면 아빠는 아직도 저에게 장난치시고 이러고 놉니다. 지금은 세수시켜줄 나이가 아니니까 괜히 지나가시다가 꼬집고 지나가고 ㅋㅋㅋ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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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고유진 - 이게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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