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투는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아예 모르는 그룹이다. 김준선이 솔로활동을 하다가 컬트를 만들고, 그 후 나왔던 앨범이 바로 뷰투였던 걸로 기억을 한다. 나는 단순히 아라비안나이트의 김준선보다는 오직너라는 노래를 부르는 김준선을 더 선호했었고, 그 관심이 나를 그 후의 앨범도 사게 만들었었다. 알게 모르게 그의 발라드는 딱 내 취향이다. 하지만 이 음반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사실 너무 듣고 싶은 노래는..[부탁해]라는 노래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그의 음반에 대해적은 글을 옮겨오면서..다시한번 그 추억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KAMA Entertainment/Cream records, 1996
김준선 컬트 여정의 완성
유쾌하고 자유분방한 김준선의 마지막 컬트
이번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주인공인 '뷰투(View to…)'는 컬트다. 일단 뷰투의 리더인 김준선이 뷰투에 앞서 ‘컬트(Cult)’라는 프로젝트를 잠시 선보였다는 점에서 컬트지만, 무엇보다 뷰투의 음악이 그 자체로 그냥 컬트다. 컬트적이다. 그럼 프로젝트 컬트는 컬트가 아니었나? 아니다. 컬트도 컬트였다. 그럼 뷰투는 프로젝트가 아니었나? 아니다. 뷰투도 프로젝트였다. 대중의 외면 때문에 뷰투는 단 한 번의 프로젝트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그러니까 김준선은 컬트와 뷰투라는 두 개의 컬트적 프로젝트를 연달아 선보였던 셈이다. 이거 참, 뭐가 이렇게 헛갈려. 컬트와 뷰투를 합쳐 그냥 ‘컬투’라고 부를까보다. 나원 참, 정찬우와 김태균이 웃을 일이다.
아무튼 김준선의 음악 여정은 그야말로 컬트였다. 21살 때 참가한 1990년 'KBS 대학가요축제’ 본선에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테크노 댄스곡「아라비안나이트」를 선보였으나, 심사위원들이 이를 알아줄 리 만무할 터, 낙방하고 말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 똑같은 노래를 다시 들고 나왔더니, 대중들의 반응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는 스타가 되었고 가요톱텐에서 1등을 했다. 참으로 의외의 히트였다. 사실 김준선의 야심 찬 타이틀곡은 정통 발라드곡「지워지지 않는 초상」이었다. 헌데 대중들이「아라비안나이트」를 더 좋아해준 것이다. 솔직히 그의 외모가 출중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곡이나 가사가 대중적인 것도 아니었다. 하여간 독특한 곡으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바로 이듬해인 1993년「아라비안나이트」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마마보이」를 선보인다. 똑같이 강렬한 비트였고 똑같이 사랑 노래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게 뭐야! 그는 쫄딱 망하고 만다. 대중들은 정통 발라드「오직 너」가 더 좋다고 수군거렸다. 그는 졸지에 다시 1990년 대학가요축제 본선의 시츄에이션으로 빠꾸했다. 뭐, 그렇게 안타까워했으면서도 정작 그의 솔로 앨범 두 장은 구매하지 않았던 필자도 컬트긴 마찬가지였다, 에구구….
잠깐의 침체를 딛고 김준선은 1995년 컬트라는 프로젝트로 돌아온다. 대중들은「너를 품에 안으면」이란 노래를 사랑해주었다.「애인2」란 노래도 라디오에서 제법 흘러나왔다. 근데 이게 또 웃긴 것이,「너를 품에 안으면」도 결코 무난한 노래가 아니었다. 곡 구조 자체가 점진적 기승전결의 통상적 발라드에서 많이 벗어나있었고 결정적으로 보컬을 맡은 손정한의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대머리에 선글라스에 턱수염에…. 이건 거의 영화『내츄럴
본 킬러』의 우디 해럴슨 수준이 아닌가! 하여간 컬트는 멤버 구성에서부터 컬트였다. 컬트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모인 밴드가 아니었다. 컬트는 복수의 보컬과 복수의 작/편곡자가 모인 연합체였다. 음악 역시 발라드에 뮤지컬에 정통 하우스 등등… 좌우당간 어렵게 다시 인기를 회복하는가 싶더니만, 김준선의 컬트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계약상의 말 못할 사정이 있었는지(아! 이쯤에 그의 군 입대 문제도 걸쳐 있었다.) 컬트의 두 번째 앨범에서 그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그는 얼마 후 컬트 멤버였던 박진원과 함께 뷰투를 결성, 자신의 컬트적 의욕을 한껏 뽐낸『Big bang』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허나 이거 참! 해럴슨 오빠의 얼굴을 자켓에 꿀꿀하게 쿵 박아 넣은 컬트의 발라드「슬픈 독백」은 썩 괜찮은 마이너 히트곡이 된 반면, 푸르디 푸른 맑은 하늘을 자켓에 살포시 깐 뷰투의 모던록「High, high」는 맥을 못 추었다. 발라드 후속곡「영원」이 뒤를 받치고 있었지만, 이미 때는 늦어버렸으니….
이 정도면 김준선의 음악 인생, 참으로 컬트적이지 않은가! 하긴 그가 뷰투의 실패 이후 재즈 보컬리스트 서영은의 1집을 프로듀싱하고, 쌍팔년도 오빠 김승진의 재기작 미카엘밴드의 음악을 도맡아 만들고, 무협영화『비천무』와『무영검』의 음악 감독을 역임했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는 컬트의 연속이다.
아무튼 뷰투의『Big bang』이 ‘small bang'조차 되지 못한 것이 필자는 안타깝다. 그의 뜻이었는지 제작사의 뜻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뷰투는 자신들의 사운드를 위해 미국 LA 산타 모니카(Santa Monica)의 소니 뮤직 스튜디오를 찾는다. 그 결과가 바로「High, high」와「자유부인」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선명한 스트로크, 일렉트릭 기타의 두터운 헤비 리프, 드럼의 입체적인 질감, 이 삼박자의 기막힌 조화가 다름 아닌 소니 뮤직 스튜디오의 기술과 현지 세션맨들의 연주에서 비롯됐다.「High, high」는 실제로 곡의 리듬과 가사가 지향하는 바에 있어서 이승환「붉은 낙타」의 선행 버전이란 생각이 들 정도다. 헤비한 기타 리프와 한데 섞이는 하모니카 연주는 지금 들어도 훌륭하다. 사실 보컬의 변화무쌍함을 따진다면 이승환의 변덕은 김준선의 변덕에 비교가 안 된다. 김준선은 하나의 곡 안에서 묵직한 저음, 부드러운 발라드 톤, 아슬아슬 째질 듯한 고음, 장난기어린 코맹맹이 소리 등등 온갖 목소리를 뒤죽박죽 전시한다.「High, high」「자유부인」「왕자와 거지」를 들어보라. 심지어「자유부인」에선 데쓰메탈의 그로울링까지 시도한다.
바로 이런 면이 김준선 컬트의 본령이다. 보컬이 그렇게 오락가락하는데, 곡이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곡도 똑같이 요동을 친다. 예를 들어「왕자와 거지」는 김세황이 연주하는 긴박한 기타 리프→코맹맹이 보컬의 유치쏭→저음의 랩을 동원한 단순 비트→뮤지컬 창법의 말랑말랑한 팝→몰아치는 비트의 유로 일렉트로니카, 이런 식으로 종잡을 수 없이 진행된다. 창법, 템포, 조성, 사운드의 분배, 이런 것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 게 김준선의 특기다. 발라드 트랙도 예외가 아니다.「Don't say goodbye」는 절정부를 숨차게 넘겼는데도 쉽게 끝나지 않는다. 난데없이 전혀 새로운 보컬 라인이 툭 끼어든다.
그렇다고 뷰투의 컬트적 요소가 마냥 신선하고 재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어렵게 산타 모니카까지 갔으면서 오케스트레이션 발라드를 지향한「영원」과「Don't say goodbye」에 왜 진짜 스트링 세션을 쓰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냥 신디사이저 한 대로 갈무리를 해버렸다. 돈이 모자라서 그랬을까? 곡은 무슨 유명한 팝페라 넘버마냥 변화무쌍 화려한데 그걸 받치는 현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가짜다. 이 지점이 이승환과의 차이일까? 뭐, 가라오케의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의 신디사이저 전문 오퍼레이터까지 초빙했으나, 역시 제대로 커버할 순 없었다. 설마 그 오퍼레이터 때문에 LA를? 그럴 거면 그냥 국내에서 스트링 쓰는 게 낫겠다.「겨울에(Oh! my happy day)」란 노래도 그렇다. 일부러 유치뽕 멜로디와 유치뽕 전자 사운드를 지향한 듯 보이는 이 곡도 소니 뮤직 스튜디오 태생이다. 똑같은 컨셉의「너 하나야」는 그냥 서울에서 녹음했는데 말이다. 그러고 보면 뷰투의 진짜로 이해할 수 없는 컬트적 행태는 멤버 구성이다. 뭔 사연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만, 별로 하는 일이 없는 박진원이 왜 멤버일까? 컬트 때도 그렇고 뷰투도 그렇고 편곡을 비롯하여 사운드 디렉팅의 상당 부분을 진두지휘한 우상문이 왜 정식 멤버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여전히, 뷰투의『Big bang』은 안타까운 앨범이다. 당시「High, high」를 듣고서 “오~ 괜찮은 모던록이군!” 하며 지갑을 털었던 사람이라면「겨울에(Oh! my happy day)」란 노래가 한 앨범에 버젓이 합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을 터이다. 필자처럼.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뷰투의 진짜 매력이다. 앨범 구성도 중구난방, 곡 하나하나도 각자 중구난방. 김준선의 행보는 충분히 독자적이었고 유쾌했고 자유분방했다. 그의 음악은 그의 자유로운 정신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 같아 듣기 좋았다.(2006. 12. 3. 호떡바보)
★★★☆
Track list
01. 영원
02. High, high
03. 너 하나야
04. Don't say goodbye
05. 자유부인
06. 왕자와 거지
07. 부탁해
08. 겨울에(Oh! my happy day)
09. 왕자와 거지(remix)
앨범 정보
Producers: 김준선, 우상문
Executive producers: 박완규, Wonho Han
Recording & mixing engineers: 노양수, Neal Avron
Recorded & mixed at Seoul redording studio, Sony music studio
Digitally mastered by Mitsuharu Harada at Disc lab
Design & Photography by 김철민
Management: 이재원, 우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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