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키노이후로 다시한번 욕심부리다가 큰코다친 CJ의 엠플이 1월1일 서비스를 중단했다. 한글아이디로 아이디를 개설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도 신기했던 건 사실인데..사실 지마켓을 쓰던 나로서는 그다지 매리트도 개성도 없어보이는 이 사이트의 사용이 굳이 필요하진 않았다. 근데 그렇게 느낀게 나만은 아니었나보다..생각보다 매출이 없어서 투자금 400억원을 날린뒤에야 정신차린거라고 해야하나?
갠적으로 엔키노서비스로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디자인에 치중한 괴물사이트의 탄생이었다. 영화정보사이트로서의 기능은 제쳐두고 너무 잦은 리뉴얼로 사용자의 UI를 방해하는 이쁘기만한, 화려하기만한 디자인을 치중하더니만 결국은 사업을 접었다. 뭐 접는 사업이 이거뿐이겠는가만은 이런 쓸데없는 짓 하는 회사가 CJ말고 또 하나 있다..SK..대체 전화비받아서 그 돈으로 돈지랄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쓸데없는 걸로 돈뿌리는 거 보면 한심하다.
엠플, 사라지는 적들의 쇼핑
그렇게 오픈마켓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오픈마켓을 만들면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승자독식'의 피냄새 풍기는 바람은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기업들에게도 불고 있습니다. 탄탄한 유통 경험과 '범 삼성가'라는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는 CJ그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오늘(28일 0시 기준으로는 어제가 됩니다만) 증권가에 올라간 엠플(mple) 청산 공시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안 되는 일은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오픈마켓 시장은 인터파크가 만든 지마켓을 그 시작으로 하며, 경매를 주 사업으로 하던 옥션이 오픈마켓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꾸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이후 GS그룹(당시 LG그룹)이 만든 GSe스토어(당시 LGeStore), CJ그룹의 엠플, SK그룹의 사이월드몰, 동대문닷컴 등 여러 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종합 쇼핑몰 또는 전문 쇼핑몰 위주의 인터넷 쇼핑은 세컨드잡 하는 직장인을 비롯한 SOHO 사업자 열풍과 함께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졌으며, 의류 등 잡화 위주의 제품에 머물던 취급 상품도 컴퓨터, 서비스, 심지어 자동차까지 사고 팔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는 속도보다 오픈마켓이 생기는 속도가 더 빨랐기에 오픈마켓 업계는 속으로 썩어들어가는 악순환을 겪게 되었습니다. 오픈마켓의 수익모델은 입점 업체에게 받는 수수료가 사실 전부입니다. 이 수수료는 업체에 따라 다릅니다만 옥션 또는 지마켓 수준의 업체가 최대 8% 전후를 받습니다. 하지만 판매량이 늘어나는 대형 입점 업체에는 수수료를 할인해줘야 하며, 영향력이 작은 오픈마켓은 이 수수료를 4~5% 수준까지 낮춥니다.
그래도 앉아서 돈 버는 일인데 무엇이 그리 문제인가 생각한다면 생각의 우물을 더 깊게 팔 것을 권해드립니다. 나가는 돈이 없다면야 수수료가 이 정도로도 큰 문제는 없겠지만 사실 지출하는 비용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픈마켓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건비와 서버 유지비 등 경상 비용을 제외해도 마케팅에 쓰는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오픈마켓은 고객이 들어와 물건을 사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등록 수수료 등 기타 수익도 있으나, 이는 점차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 만큼 새로 시작한 오픈마켓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해야 합니다. 신문, 잡지, TV 등 대형 매체는 기본이고 키워드 광고, 포털 배너광고에 상당한 돈을 쏟아 붓습니다. 말 그대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타깃 마케팅도 쉽지 않아 특정 방식의 광고만 집행하는 방법도 무리가 따릅니다.
여기에 오픈마켓 자체에 올라오는 제품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 만큼 새로 오픈한 오픈마켓은 오픈마켓의 부담으로 제품에 할인 쿠폰을 적용합니다. 보통 할인 쿠폰은 판매 업체의 부담으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략 상품의 경우 오픈마켓 MD가 할인 쿠폰 적용을 결정합니다. 엠플이 빠른 시간에 오픈마켓 순위를 올릴 수 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무차별(?)적인 쿠폰 적용이기도 합니다. 고객을 유치하고자 구매 포인트를 더 많이 제공하고 사용기 작성 포인트도 많이 주는 경쟁도 뜨거운 만큼 돈 나갈 곳은 넘쳐납니다.
엠플은 초기에 많은 돈을 들여 다양한 마케팅 방법을 동원하였으며, 오픈마켓 4강에 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선두업체인 옥션과 지마켓의 벽은 너무나 높았고, 이 두 업체의 매출에 비해 엠플의 매출은 보잘 것 없었으며, 어느 수준에 이르러 정체 상황에 빠졌습니다. 매출이 적다고 마케팅 비용을 적게 써도 되는 것은 아닌 만큼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CJ그룹이 엠플에 쏟아 부은 돈은 400억원입니다만 2년만에 엠플은 자기자본 잠식 상황에 빠졌습니다. CJ그룹은 CJ몰 등 다른 유통 분야와의 합병도 고려했지만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결국 엠플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CJ 입장에서는 허무한 꿈에 400억을 날린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는 강자만 살아남는 정글로 바뀐 오픈마켓에서 더 이상의 투자를 한다고 해서 엠플이 승자가 된다는 보장도 없었으니 그들의 결정은 결코 그른 것이 아닙니다.
엠플이라는 경쟁사 하나가 사라지면서 오픈마켓 시장은 조금은 숨통이 틔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직 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GSe스토어는 외형 확장을 포기하고 내실경영(사실상 '지금 시장 지키기')으로 축소 경영을 시작했고, 동대문닷컴 등 중견 오픈마켓의 미래도 결코 밝지만은 않습니다. 더군다나 디앤샵을 비롯한 종합 쇼핑몰도 인수, 합병이 진행중인 만큼 앞으로의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더욱 피비린내를 풍기며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스마트가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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