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읽어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데, 이 영화는 책을 먼저 읽고 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미리 선입견이 생겨있어서 자칫, 영화의 흐름을 못따라가거나 혹은 너무 이질감을 느낀다거나 할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인데,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든 생각은..아 책을 보고 이 영상을 보고나니 더 각인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케이트윈슬렛이 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타이타닉때부터 이 여배우는 나에게 선입견으로 싸여있던 배우중 하나라 달갑지가 않았었다. 한나의 모습을 따로 상상했던 건 아니지만 그게 케이트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 선입견을 깨줄만큼 온통 그녀는 한나였다. 한나슈미츠 그 자체로..내 앞에서 서서히 나이들어가는 그 모습을 보니, 상을 받은 것은 너무도 당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마이클보다는 미하엘이라는 발음이 더 정감이 간다. 암튼, 랄프파인즈가 나오긴 했지만 주연은 미하엘을 연기했던 데이빗 크로스라는 1990년생 청년의 연기가 돋보였다.
그는 열다섯살 소년에서부터 청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후반부에 등장하는 랄프파인즈보단 훨씬 흡입력있었다. 책속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현실에서 만나고, 그들이 살아가던 과정을 그림책으로 감상하는 거 같은 기분..한나가 법정에 서고, 그녀를 발견한 그의 표정을 보고 아 그는 이런 느낌의 표정이었겠구나 하는 생각, 그녀의 형이 정해지던 날..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건 앞으로 긴 여정의 수감생활의 시작할 그녀에 대한 측은함, 그녀의 비밀을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그의 죄책감, 한때는 사랑했던 그녀에 대한 시선이..내가 책을 보고 상상하지 못한 그 장면 장면들이 눈 앞에 보였다.

영은이에게 이 책을 선물받고 이틀만에 다 읽었다. 한번 책을 잡으면 놓지 못할만큼 전개가 되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책이었고, 그 둘의 비밀스러운 그 사랑이 빛을 보기도 전에 막을 내리고, 그래서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가 되었고, 적당한 관계유지만을 하며 담담하게 살고 있다 생각한 그 앞에 생각지도 못한 과거를 안고 있던 그녀가 다시 등장하면서 그는 심하게 동요한다.

여러가지 마음이 교차했을거라고 생각한다. 잔인하게 짓밟아 주거나, 혹은 다시 무릎꿇고 사랑을 구걸하거나 등의..사실 자연스럽게 알게된 그녀의 엄청난 비밀을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던 그가 좀 원망스러웠다. 그러다 법청에서 흘린 그의 눈물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암튼 이 영화를 볼 다른 이들을 위해서 여기까지...


마지막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그녀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었는지..점점 더 복잡하게 느껴진다. 그녀에게 그는 사랑이었을까? 사랑이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