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씨와 나 02

from sitcom diary 2008. 7. 14. 23:03

아빠를 만났습니다.
지하철 역에서 30분을 기다려서 만났는데 딱 1분 만나고 아빠는 가셨습니다. 우리 아빠 성격이 이러십니다..만나서 딱 할말만 하고 바쁘시다고 돌아서셔 가십니다. 몇 달만에 얼굴보는 건데 김치만 전해주시고는 그냥 가셨습니다. 정말..아빠에게 말하긴 참 그렇지만 님 좀 짱인듯..입니다;

만나기 전에 아빠와 어느 출구쪽에서 볼까를 얘기했는데, 무조건 아빠입장에서 보이는 곳만 얘기하시면서 딱 한마디 하시는 겁니다.

"하여튼 제대로 안서있으면 발로 차버릴라니까.."

뭐, 이젠 하루이틀도 아니라 놀라운 일도 아니고, 점심먹으러 만난 은실이와 아빠를 같이 기다렸는데 인사를 받자마자 어 그래..이러시면서 '김치 집에가져가자 마자 넣어라' '시디도 같이 넣던가?' 이 두 마디를 하시더니만 '난 바빠서 이만 간다' 하고 돌아서서 가셨습니다. 개찰구에서는 아예 나오지도 않으신 ㅋㅋ

그리곤 은실이랑 밥을 먹고 집으로 왔는데, 아빠가 전화를 했습니다.
사실 이번 달에 아빠에게 PMP를 사드리겠다고 지난 1월에 얘기했었는데, 아무래도 다음달로 미뤄야지 싶어서 다음 달에 사드린다 하니 은근 프레셔를 넣으시러 전화하신겁니다. 처음 말은 김치를 넣었냐..등을 물으시다가

"근데 요즘 사람들이 많이들..지하철이나 버스안에서 심심들 한지 많이 갖고 다니더라"
"네? 뭐를요.."
"아니 다들 앉아서 막 영화를 보고, 음악 듣고 뭐 그러더라고"
"아니 그럼 아빠, 지금 PMP때문에 나한테 전화하신거죠?"
"무슨...그런거 아니고 그냥 내가 준 시디들 mp3로 만들어서 얼렁얼렁 보내..요즘 새 노래가 없어서 아주 답답하다고 이게 업데이트가 안되니까.."

결국은..PMP에 대한 프레셔인데, 교묘히 김치를 냉장고에 넣었냐는 말로 돌아오시더니 은근히 봐둔 모델도 있으시다면서 직격탄을 날리시는;;; 담달에 월급타면 무조건 PMP를 사야만 하는 현실이 되버린겁니다. 아빠에게 아빠 나이에 그런 거 쓰시는 분 많지 않은데..그냥 지금 쓰시는 걸로는 안되냐고 해봐도..액정이 작아서 맘에 안드신다고 합니다. 지난 번에 산 mp3플레이어가 그래도 미니PMP라는 모델이라서 꽤 액정도 큰 편이고 용량도 좀 큰데;; 그 아이는 맘에 안드신다고 ㅡ.ㅡ; 에효.....PMP에 관한 질문등은 나중에 따로 포스팅해서 고수분들에게 물어서 구입해야겠어요 으흑;;

그리곤 아빠가 하시는 말..

"근데 아까 그 애는 누구냐?"
"아..친구예요.."
"뭐 같은 회사 친구?"
"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친구예요.."
"음...정신나간 애가 또 하나 있구나...걔도 참..왜 너같은 애랑?"

정신나간 애...에 충격받으셨다면;; 뭐;;전 가볍게 웃을 수 있습니다. 이젠..정신이 나갔다는 건 친구가 정신이 나갔다기 보다 아빠가 생각할 때, 어벙하고 꺼벙한 거 같은 저한테 친구가 있다는 게 일단 이해가 안가시는 겁니다. 아니 아무리 내딸이지만 이런 애한테도 친구가? 그 친구 정신이 많이 아프구나..뭐 이런 거죠. 우리 아빠는 일단 길에서 친구를 만나면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늘..'왜 이런애랑 노냐? 다른 애들이랑 놀아라'라고 말하십니다. 그것도 매우 진심어린 어투로...ㅡ.ㅡ;

'이런 못생긴 애랑 놀지마라' 라고 친절히 말씀도 해주시는데, 진짜 웃긴거는 저는 진짜 딱 아빠랑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아빠랑 닮았습니다. 엄마는 콧대도 오똑하시고 쌍커플도 있으시고..그래서 언니랑 여동생은 엄마를 닮아서 쌍커플도 있고..머 이런데 저만 저주받은 케이스인거죠. 전 쌍커플도 없고 ㅜ.ㅜ 암튼 이쁘지 않습니다. 아빠를 닮는바람에; 보통은 첫 째들이 아빠를 많이 닮는데 저는 저만 거의 80%를 닮아버린..그런데도 아빠는 제 얼굴이 못생겼다고 얘기하면서 막 흉봅니다. 이거 당신 얼굴에 침뱉기인데 말이죠. 오늘 우리 아빠를 처음 본 은실이도 한 눈에 우리아빠임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닮았습니다.

근데 더 웃긴거는 아빠랑 저랑 닮았다고 사람들이 얘기한다고하면 정색을 하시면서, 아니 어떻게 내가 너같은 애랑 닮을 수 있냐는..말을 하십니다. 어릴 때는..그 말이 참 섭섭해가지고..아니 이 분은 정말 우리아빠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을..하면서도 얼굴이 이렇게 닮았는데; 아닐 수가 없는건데..

암튼 아빠에 대한 포스팅은 진짜 오랫만에 하는데, 이제는 아빠를 만날 때마다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해야 겠다는 생각이 그래서 시간되면 아빠한테 좀 따지고 그래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오늘도 저에게 시디를 잔뜩 넘겨주시며 mp3변환해달라고 부탁하셨는데;; 어휴...저거 그냥 mp3만들면 그만이 아니라 나중에 제목이랑 태그 다 먹일 생각하니 눈앞이 컴컴하네요. 아빠 성격상 또 오래 못기다리시니..원..참;;

일단, 일부터 하고 작업해야겠어요 ㅜ.ㅜ
이래서 전 잠을 못자는 거에요;;;


간만에 아빠가 좋아하시는 음악 하나..영화 Once upon a time in the west에 나오는 동명 노래입니다.

flash mp3 player object
BGM//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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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2 - [센의사적인이야기] - 복자씨와 나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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