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9 23:25
친구준원에게 맛있는 밥을 얻어먹고...광장시장에 들러 마약김밥까지 득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402번 버스..기사아저씨 뒷자석은 항상 내 자리였다.
아는 사람과 함께가 아니면 동반석엔 앉지 않는다.
기사 아저씨 뒷자석은 이상하게 편하다. 창가이기도 하고..또 여러모로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제일 많은 생각을 그 자리에서 하게 되는데..오늘은 어떤 여자분이 먼저 앉아버렸다.
난 그 뒤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가는데...앞자리의 그녀의 어깨가 들썩인다.
그리고 이내 안경을 벗고 볼을 닦는다..울고 있구나..마음이 심란해진다.

그녀의 모습은 몇 달 전의 내 모습이기도 한 거 같아서..혹시 내 뒤에 앉은 누구도..
나를 안스러워 했을까 생각하니..슬쩍..부끄러워진다.
참고 참은 눈물은 집에오자마자 터졌다..참 웃기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언제 어느때 돌변할지 몰라서 참 위험한..괜히 앞 사람에게 삘받은 것도 있고..
요즘 쇠고기 수입문제가 불거지면서; 미친소미친소...자꾸 나오니 더욱 그러하다.
내가 붙여준 그의 별명, 핸드폰 1번에서 내내 머물렀던 미친소라는 이름..
거기에서 터질줄이야..미친소..참 생각해보면 웃긴 이름인데; 왜 지금 나는 그게 슬프냐..

2008/06/16 13:37
그리고 어제, 권호삼촌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던 중에 무심코 권호삼촌이 그 아이의 이름을 말하면 요즘 통화를 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던진다. 권호삼촌은 학교 선배로 그 아이와는 동기다. 그렇다고해서 삼촌이 우리 둘을 소개해준 건 아니었고 우리는 그냥 만났다. 아니, 말하자면 그 애의 계획에 내가 넘어갔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제일 화가나는 건 바로 이 부분이다. 그 아이의 계획, 그 아이의 접근..결국 이렇게 헤어질 것을 왜 그렇게 주변을 맴돌면서 나에게 온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삼촌이라고는 부르지만 아는 오빠..워낙 주변에 조카들이 많아서 삼촌소리를 자주 듣다보니 나도 그렇게 부르다가 굳혀지게 된..우리를 제일 많이 보았고, 우리랑 제일 많이 같이 다녔던 사람인데..가끔은 이런 것들이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특히..삼촌의 그 말이..

"너흰 정말 잘 어울렸는데, 잘 될 거 같았는데 왜 그랬어.."

그 이유..내가 알 턱이 있나? 잘 어울린다..그것도 만나던 그 때 뿐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안 어울리는 커플이 어디있으며, 만나는 동안 영원할거라고 믿지 않는 사람들이 몇 이나 있으려나..그래 근데 나는 우리가 헤어질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오래 오래..평생 우리가 함께할 수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결국 내가 못견디고 좌절할 거라는 것도 그걸 알면서도 난 참 바보같은 시간들을 오래 견딘 거 같다. 아니, 견딘 게 아니라 부정하고 싶었던거다.

내가 그 사람에게 마지막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큰 착각과 오만속에서 현실을 부정하려고 했던 내 자신을 생각하면 어리석은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한심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그 아이의 눈을 생각하니 화가난다. 왜 마지막까지 이렇게 바보같은 모습으로 남았어야 했던걸까? 그리고 니가 나에게 그랬지. 언젠가 내가 너를 멀리 떠나갈거라는 거 안다고, 그것보단 니가 떠나보낸다는 게 더 솔직한 표현아니었던가..나 원래 헤어진 누구를 이렇게 길게, 길게 멍청하게 질척거리는 사람은 아냐, 다만 내가 지금 이러는 건 웃기게도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들어서 뭐가 억울한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암튼 그래.

너까지 나처럼 살게 할 순 없어서 보내주는거라고, 좋은 남자 만나라고? 니가 얼마나 내가 우스웠으면 그런 말을 나에게 한걸까..지금 나는 그 말 때문에 이렇게 질척거리는 거라고..지금 너를 다시 만나서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니 그 말이 나를 이렇게 깊게 좌절하게 만든거라고..네 말이 오히려 독이되서 나는 다른 사람도 못만나고 있다고..다른 사람에게 마음같은 거 줄 수가 없다고..관심가져봐야..결국 좋은 남자 만나라는 말을 들을바에야 그냥 종일 멍때리고 앉아있는게 낫다고..니 그 말의 제대로 된 해명을 듣고 싶어하는 나도 참 한심하기 짝이없네. 진심으로 솔직히 즐거울 수가 없다고





2008/04/2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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