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남은 프로젝트..

from sitcom diary 2008. 4. 9. 23:31
일하기 싫어서..징징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네요.
어느새..봄은 왔고 말도 없이 꽃은 피었는데 오늘 비와서 아마도..쟤네들 다 떨어져버리지 않을라나..아는 녀석이 벚꽃은 얼마나 피었느냐 묻는데 ㅡ.ㅡ; 자세히 안봐서 잘 모르는..동네에 피는 꽃이니 무관심한거 같기도 하고..사실 매일 남산을 보고 남산타워를 보고..남산순환도로를 따라 회사에 가고 하다보니 그냥 무덤덤; 우리집에 가끔 놀러오는 애들은..완전 좋겠다;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딱 하나 좋은 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서 계단을 내려오기전 보이는 야경?

버스정류장에서 보이는 야경

사진기가 별로라 조금 별로지만 대충 이렇습니다.

날이 좋은 날은..여의도에 있는 63빌딩이 제대로 보이고 불꽃축제에 가지 않아도 옥상에서 다 보입니다. 뭐 현장에서 보는 감동만큼은 아니겠지만..불꽃축제 처음 시작하던 때에 친구들이랑 도시락 싸가지고 갔었는데 너무 춥기도 추웠고 인파가 장난이 아니라 핸드폰도 잘 안걸리고..그날 친구 한 명이 늦게 왔는데 그 애를 마중나갔다가 다리에서 터지는 멋진 불꽃을 놓쳤던 기억이..아 이거 생각하니 살짝 열받는..; 암턴 그날 제 도시락통은 ㅡ.ㅡ; 분해되고 찢어지고 뚜껑은 흔적도 없었지만 그래도 시골촌놈들이 서울올라와서 다 함께 구경한 멋진 놀이였고 그게 마지막이 되버렸네요. 불꽃얘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갑자기 이..쪽으로 ㅡ.ㅡ;

다시 회사 얘기로 돌아가서 암튼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신기한 거 같습니다. 어색하게 만났고, 모두들 한 회사인데에 반해 저는 프리로 들어간거라 어찌보면 사실 좀 눈치보일 수도 있고, 잘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딱 한명빼고는 진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무난하게 이렇게 프로젝트 막바지까지 온 거 같아요. 육아에 매일 피곤한 얼굴로 나타나시는 장팀장님, 딱 3일정도만 어색했고 그 담엔 많이 친해져서 이제 헤어지자니 아쉬운 상미씨랑..3주전부터 프로젝트 투입된 수진대리까지 덕분에 아주 즐겁고 고마운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같은 일을하고 고생해서인지 동질감도 많이 느껴지고 상미씨는 벌써부터 내가 빠지게 된 후 상황을 걱정까지 해버리니..나름 고맙기도 하고..난 이제 쉴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좋아서..사실 좀 들떠있기도 하고 이제 다음번엔 어디서 어떻게 일하게 될지 궁금하게 여겨지기도..다만, 이 따라다니는..야근신때문에 아주 죽겠습니다. 이젠 뭐 일만하면 야근이 당연한듯 따라붙어서 9시에 퇴근하면서도 오늘은 참..일찍가네..(이러고 있습니다.) 집에 도착해 이래저래 씻고 자리에 앉으면 12시가 다 되어가는 게 일상다반사..그래도 이 두달은 많이 힘들지 않고 참 즐거웠어요..다음주 목요일이면 이제 이 일을 마치니 짐도 하나하나 집으로 들고 돌아와야겠네요.

저에게는 정신적으로는 참 힘들었지만 마음적으로나 여러면에서 즐거웠던 일이 있다면..영화일을 하던 전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팀장하나 빼고는 완벽했으니까..서로들 각자 개성이 다른데 전혀 부대낌없이 어떻게 그렇게 네명이 동시에 잘 맞았는지 잘 모르겠지만..은영, 혜원, 영은..이렇게 세명과 저 모두가 참 일하는 동안 힘들지만 즐겁고 행복했었습니다. 살면서 이들과 일했던 그 날들은 다시 오지도 않겠지만..아마 두 번 다시는 그렇게 좋았던 날들이 오지는 않을 거 같아요.

전 회사에 있던 재미있다고 해야하나 끔찍하다 해야하나..암튼 룰이 하나 있는데 ㅋㅋㅋ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머 그런거죠. 웃기게도 사실 한 명은 결혼을 했고 그 나머지들은 다 남자친구와 정리가 됐습니다. 이유는? 뭐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서도 그렇고..일이 너무 힘드니 챙겨줄 시간도 없고 뭐 그런..패턴..보통의 남자들은 이렇게 바쁘게 일하고 늦게 끝나는 일을 하는 여자를..좋은 눈으로 기다려 주지는 않더라는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일이 내 앞에 닥치기 전까진..남의 일인줄 알았지만..

일을 하는 여자가 좋다고는 하지만..그 내면엔 일은 하는데, 늦게 끝나면 안된다라는 숨겨진 조건이 붙어있는 걸 몰랐던 겁니다. 그렇다고해서 저는 일중독도 아니고 일이 너무 좋아 사람을 등한시하는 사람은 더더욱 아닌데도 그 진심이라는 건 남에게 잘 전달되어지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변명을 해야하는 내 자신을 보는 게 너무 싫었고 그런게 많이 지쳐가지도 했고..결국 회사도 그만두고 남자친구하고도 정리했지만 그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어차피 못기다려 줄 사람이라면 앞으론 뭘해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니까..하지만 속상해서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던 거 같습니다. 이 사람을 잡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하는 내 자신이 용서받지 못할 사람으로 분류되는 게 너무 싫었고..외계인 취급당하는 게 너무 짜증났더랬어요.

암튼 은영은 저보다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으로 결혼하면서 내려가고 그 때 동시에 혜원이도 그만두고 다른 에이전시로 옮겨가고 영은이랑 저는..그들이 그만둔 후에도 거기서 일하다가 저는 8월에 나왔고 영은은 아직 그 회사에서 혹사당하면서 일하고 있어요. 각자 서로 다른 위치에서 일하지만 가끔 만나고 얼굴보는 것으로 서로 위안삼고 있는 것..디자인하는 거 남들은 참..좋다 멋지다 하지만 실상보면 진짜 ㅡ.ㅡ; 인간의 삶이 아니라는 거 다시 한번 느끼는게..전 회사에서는 정말 밥먹을 시간도,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였으니까..지금 일하는 곳은 그나마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녁 약속 같은 거..잡을 수가 없습니다. 즉흥적으로 일찍 끝나는 날 연락되서 만나면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아니라면 그냥 집으로 돌아와서 뻗어버리는 게 일상;

화욜 저녁에..일찍 끝나지 않을까나..그런 기대를 가졌는데 역시나 팀장님이 퇴근을 안하셔서 나랑 수진, 상미씨는 메신저로 징징대며 아 언제 끝나는걸까..우리 오늘 꼭 한잔 해야겠다..하면서 앉아있는데..팀장님이 10시에 가시더라구요...암튼 그래도 오늘은 꼭 한 잔 해야겠다는 일념으로 길 건너편으로 넘어갔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네시티 뒷편과, 지금 제가 일하는 곳 뒷편은 길 하나 차이인데도 엄청난..차이가 ㅋㅋ 왠만한 이쁘고 잘생기고 멋진 사람은 시네시티 뒷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다 볼 수 있습니다. 심심치 않게 연예인들이 지나가고 그러다보니 봐도 덤덤하게 넘겨버리는 ㅋㅋ

암튼 넘어가서 삼겹살에 와인셋트를 파는 곳을 우연히 발견해서 와인한잔 씩 했는데 이런저런 얘기하다보니 1시가 넘은..집에가려고 하니 이젠 택시기사들에게 굽신거리며..택시를 잡아야 하는 상황; 대체 서울에 택시가 몇 만대라는데 어디서 운행들을 하시는건지? 그리도 집이 가까우면 아예 태워주지도 않아버리는..승차거부가 만연한..그래도 겨우겨우..한 대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두 시..그래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이 두명하고는 앞으로도 종종만나겠지만..같이 일하면서 참 좋았어요. 자극도 되고..수진대리 소개팅좀 몇 개 더 주선해줘야겠다는..상미씨는 남친있으니 어서어서 결혼하길 ㅋ(너나 잘해 센 ㅡ.ㅡ/)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버린..암튼 오늘 밤은..이래저래 심난하고..그런 밤이네요.
ㅋㅋㅋ 마무리없이 그냥 제 얘기만 하다가 끝;


오늘 본 어떤 영상에서 알렉스가 부르는 데 갑자기 괜찮아 진..알렉스 목소리는 정말 완소..
근데 김동률의 목소리도 좋아요..ㅋㅋㅋ 근데 어째 김동률노래를 다른 사람이 부르면 힛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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